사는데 정답이 어딨어 (대니얼 클라인)

오후라라 2018. 3. 1. 17:52

# 제목과 그림이 이렇게 조화가 잘 될 수 있을까. 저자가 젊었던 시절 끄적이었던 좋은 문구들을 토대로 글을 쓴 것이다. 전문적으로 철학을 공부한 것은 아니지만 그 동안 꾸준히 독서를 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소탈하게 말한다. 마치 저 의자에 널부러진 할아버지처럼. 

# 장 폴 샤트르트 등 허무주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던 중 워커 피시의 "영화광" 이라는 책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삶의 공허함에 빠져 영화, 라디오, 책 등에서 공상에 잠기곤 한다. 하지만 어느날 의식의 전환과 삶의 모험을 시작하고 이렇게 말한다. "찾는다는 행위가 본질적으로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답은 실로 간단하다. 찾는다는 것은 자기 삶의 일상성에 잠겨버리지 않는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 매일 직장에 다녀온 후, 주말이 되면 오히려 삶에 대한 물음이 몰려온다. 무언가 비어 있는 것 같은 기분. 날마다 반복하는 행동들은 우리를 삶의 일상성에 침참되게 한다. '영화광' 주인공처럼 다른 것을 할 수 있다. 여행을 가거나, 외국어를 배우거나, 친구들을 만나거나 등등. 그렇다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여행도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이, 일상은 엄연히 우리 앞에서 버티고 있다. 

# 시즈프스의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우리는 끊임없이 돌을 산으로 굴리고, 다시 굴려야하는 것이다.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이 시작되면 다시 덤덤하게 돌을 올려야한다. 반복되는 일상들을 덤덤하게 웃으면서 받아드렸던 부모님이 있다.  그동안 여행이나 대단한 취미 활동도 하지 않으셨으면서.. 부모님의 일상이 우리 가족을 만들었고 그들의 삶을 지탱하였다. 아직은 마냥 허무해보이는 일상의 위대함이지만 나 자신을 깨우고 덤덤히 앞으로 나아가야한다.

# 그는 젊은 시절에 그 자신(실존)에 대한 물음들을 책 속에 끄적거렸다. 그림처럼 한없이 가벼워 보이는 할아버지지만 그가 쌓아온 삶은 한번에 이루어진게 아니다. 어쩌면 죽을때까지 풀리지 않을 자신에 대한 물음에 대해 성실히 답해오면서 살아 온 것이다. 삶을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무겁게 대해온 작가처럼 그 삶이란 놈을 대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