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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 시리다?

오후라라 2018. 3. 17. 18:18

# 이가 시린 것은 이유가 여러가지가 있다. 우리 몸이 보내는 소리인 만큼 귀 기울여야 되지만 이유를 알게 되면 어떤 것은 걱정거리로, 어떤 것은 안걱정거리로 분류할 필요가 있다. 이것까지 신경쓰며 살기에는 하루에도 신경써야 할 일들이 각자 많기 때문이다.

# 대학 병원에서는 어떤 공통된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환자들에 대한 여러 데이터를 수집하고 공유를 한다. 그 중에서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환자에게은 주위 표시를 큼지만하게 써놓는다. 우리 병원에선 'C환'이라고 했다. complain을 많이 한다는 의미에서 C를 사용했던 것 같다. 그 중에서 한 환자분은 물을 마실 때마다 이가 시려서 하루 내내 신경 쓰여서 살 수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검사를 하고 나서 치료해야 할 부분은 치료하고, 스스로 적응해야 할 부분은 적응해야 한다고 이해시키기는 쉽지 않았다. 아픈것이 걱정거리가 아님을 인정하기는 쉬운 결심이 아니다.  나도 어렸을 때 아이스크림을 앞니로 깨물으면 죽을만큼 시려서, 내 치아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어린 마음에 마음이 어두어져 있곤 했기 때문이다.


# 그럼 왜 치아가 시릴까? 치아에는 여러 층이 있는데 제일 단단한 층이 바깥에 있고 중심에는 시린 느낌을 감지하는 신경이 에 있다. 치아가 부러져서 신경이 노출될 정도가 아니더라도, 중간층은 얇은 통로들이 있어서 바깥층이 마모가 되어 중간층만 노출이 되더라도 시리게 되는 것이다. 그럼 자연스럽게 이런 의문이 들고, 다음과 같은 대답을 우리는 환자들에게 해준다.

1) 왜 앞니는 아이스크림 먹으면 시릴까? 시릴 수 밖에 없다. 어금니에 비해서 신경을 감싸고 있는 치아 두께가 얇아서 찬 것을 먹으면 신경은 찬 것을 느끼게 된다. 찬 걸 못 느끼는 것이 오히려 문제일 수 있다. (안걱정거리)

2) 왜 한 치아도 아니고 여러치아가 시릴까? 사실 나도 그렇고 대부분의 사람이 같은 증상을 가진다. 돌까지 씹을 수 있을 것 같은 치아도 약한 부위가 있다. 딱딱한 음식을 씹거나 / 양치질을 잘못된 방식으로 하거나 / 이갈이가 있거나 / 등등의 습관을 가진 사람일 수록 더 심하게 치아 옆면이 패이게 된다.  또 나이가 들수록, 눈살이 쳐지듯 잇몸도 쳐지고 내려가게 되어 치아 뿌리가 노출되기도 한다. 심한 경우가 아니면 치료를 하지 않고 간단한 처치를 하면서 적응하기를 지켜본다. (대부분 안걱정거리)

3) 시린게 충치일까? 그럴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냥 바깥에 있는 층을 녹이는 정도의 탈회만 있어도 이가 시린 느낌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해야할 충치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충치가 생기고 바깥에 있는 층이 사라지면 시린느낌이 들 수도 있다. 그래서 보통 관리를 잘하는 사람은 시린느낌이 든다고 해서 반드시 충치인 것은 아닌 것이다. (안걱정거리일수도)

# 통증을 느낄때 그것에 대한 증상과 기전을 인터넷에서 찾아보아도, 안심하기는 쉽지 않다. 테니스를 치고나서 허리가 아플때, 추간판이 삐져나와서 신경을 누르기 때문이거나 단순한 근육통이거나라는 스스로의 진단을 하여도 불안감은 계속되었다. 그래서 비싼 돈내고 정형외과에 가서 MRI 를 찍고 의사샘의 말이 단순한 염증이라는 말에 비로소 안심이 들었다. '이게 아닐까 저게 아닐까' 하며 통증을 느낄 때마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날들이 스쳐지나갔다. 심리적 위안을 받기 위해 병원을 간다는 것도 이해가 갔다. 확실한 의사의 진단이 없었다면 걱정을 달고 살았을 테니깐 말이다. 그를 만난 이후에 난 허리 통증을 '걱정거리 아님' 이라는 휴지통에 던져 넣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