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의 풍경(김두식)
# 우리나라는 정부가 바뀌어도 국가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가져왔다. 단군이 건립한 이래 여러 외세의 침략을 이겨낸 단일 민족 국가 '대한민국'이 그것이다. 정부에 대해서 쌍욕을 하는 것은 가능하여도 국가에 대한 맹세를 어기거나 태극기를 내팽게 치는 것은 돌팔매를 맞는다. 어렸을 때 국화인 무궁화를 꺾었다가 경찰한테 잡혀가는 거 아니야라고 무서워한 적이 있다. 다른 나라도 물론 자기의 권리를 지켜주고 정체성을 밝혀주는 국가에 대해 스스로 오줌을 갈기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민족애가 강한 것은 사실이다. 이 상황에서 '국가'를 위하여 어떤 일을 하였다라고 외치면 이것은 강력한 근거가 된다. 국가를 위해서 한 일이면 모든 것이 '선'한 것이란 말인가. 그래서 국가 위에 '법'이 있어야 하고, 이로서 국가 권력의 무조건적인 정당화를 반드시 막아야 한다. 즉 법은 국가가 조종하는 대상이 아니라 법을 통해 국가를 통제하는 것에 있는 것이다.
# 혐오 속에서 내면화되는 특권의식 - 필자는 사법고시를 합격해 갑작스러운 신분상승을 한 고시생들의 심리를 이렇게 묘사하였다. 항상 궁금했다. 그 어렵다는 사법고시와 수재들만 모여있다는 연수원의 경쟁을 거친 엘리트 판검사, 정치인들이 어떻게 저렇게 부패해질 수가 있는지가 말이다. '특권의식',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우월감이 그들을 그렇게 만드는 것일지 모른다. 나 자신도 이러한 특권의식이 무섭도록 자라고 지금도 깊게 뿌리잡혀서 뜯어 버리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어쩌면 뜯어버리면 내 가슴에 텅 빈 웅덩이만 남을 것 같아 뽑기 두려운지도 모른다. 타인에 대한 이런 무의미한 우월감을 다른 것으로 대체하고 싶다. 그것이 '사랑'이 될지,'신앙심'이 될지, '지적활동'으로 될지, '봉사'로 될지, 아직 잘 모르겠다.
# 불합리한 누군가의 죽음이 기억되지 못한다면 그것은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역사를 조금더 공부해 그들의 아픔과 슬픔을 기억하고 싶다.
# 우리는 문명화된 존재일까 아니면 그저 문명의 탈을 쓴 야만인에 불과한 것일까? 만약 내가 영화 익스페리먼트의 실험대상자였으면 나아가 나치군의 잔인한 홀로코스트가 자행되는 나라의 독일 관료였으면 어떤 선택을 하였을까? 과연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나라면 저 사람처럼 비인간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을꺼야'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전기를 15v씩올리는) 실험에서처럼 '적당한 실험조건'(본인이 책임지지 않고, 본인의 행동을 환경적요인으로 정당화하기 쉬운)이 가해지면 많은 사람들은 비인간적인 선택을 하기 마련이다. 사람들과의 그리고 나의의 대화를 통해서 뚜렷하고 선명한,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주위 환경에 책임을 돌리지 않는, 가치관을 가지고 선택을 해나가야 한다. 버겁고 힘들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