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오는 날, 정류장 옆에 세워둔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던 길에 시간의 흐름에 대한 생각이 스쳐갔다.
12월 초인데도 불구하고, 조그마한 눈송이었지만, 눈발이 꽤 매섭게 내려왔다.
그래서 자전거에서 내려서 이를 끌면서 언덕을 올라갔다.
그러자 강하게 내리던 눈은 더이상 마치 깃털이 바람을 타고 둥둥 떠 다니 듯, 살랑살랑 떨어지는 게 아닌가!
다른 때였으면, 당연하게 느꼈을 장면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곧 복학을 앞두고 인생의 가장 큰 결정을 내릴 순간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느끼는 압박감으로, 하루 하루를 숨가쁘게 긴장한채로 살아서 그런지 이 장면이 몇 주가 지난 지금에도 파노라마처럼 머리속에 각인되어 있다.
내가 체감하는 눈이 내리는 속도는 절대적인 눈의 속도가 아니라, 내가 얼마만큼 빠르게 다니느냐에 따른 상대적인 속도이다.
시간 또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마음이 급하고 쫓기는 듯한 느낌으로 일정이 가득찬 플랜 속에서 인생을 산다는 게 풍부한 인생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여유로운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보면서 산다면, 시간은 나에게서 멀리 달아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느끼면서 그 속에서 현재를 느끼면서 인생을 가득차게 채우면서 살아갈수 있을 것이다.